Sunday, November 1, 2026

천상의 대화 2 [외전] — 회암(朱熹)의 눈물: ‘인승마(人乘馬)’의 고삐를 놓고 ‘삼일(三一)’의 파동으로

 주돈이, 정호, 주희, 월터 러셀, 그리고 삼매에 든 윤홍식의 천상 문답

 

[등장인물]

 

  • 주희 (朱熹, 회암 선생, 1130~1200): 남송 시대의 대학자이자 성리학(주자학)의 집대성자. 정호가 침묵으로 덮어두었던 주돈이의 《태극도》를 다시 세상에 끌어내어 ‘이기이원론(理氣二元論)’과 ‘성즉리(性卽理)’의 거대한 체계를 세웠다. 평생 천하의 질서를 세우고자 분투했으나, ‘이오(二五)’의 위계와 ‘예법’의 고삐를 결코 놓지 못했던 고독한 설계자.
  • 주돈이 (周敦頤, 염계 선생): 《태극도》의 원작자. 앞서 월터 러셀의 입체 파동 기하학을 목격하고, 자신이 빌려썼던 ‘이오(二五)’의 평면 도상을 스스로 거두어들인 도학의 개조.
  • 정호 (程顥, 명도 선생): 천리(天理)와 본심(One Mind, 本心)의 ‘혼연일체(渾然一體)’를 체득한 대현. 훗날 육구연(상산학파)과 왕수인(양명학)으로 이어지는 심학(心學)의 원류이기도 하다.
  • 월터 러셀 (Walter Russell): 보이지 않는 ‘부동의 자성광(Cube)’과 보이는 ‘움직이는 전기적 분극광(Sphere)’의 ‘율동적 균형 교호작용’을 통해, 형이상학과 형이하학을 과학의 언어로 통합한 파동 기하학자.
  • 윤홍식 (홍익학당 대표): 깊은 삼매 속에서 천상의 영점을 여행하며, ‘이오(二五)’의 지배 매트릭스를 넘어선 ‘삼일(三一)’의 천웅지도를 목격하고 있는 구도자.

S#1. 거두어진 태극도와 회암(晦庵)의 등불 — 왜 버려진 도상을 다시 주워 들었는가

[프롤로그] 

주돈이가 자신의 손으로 2차원 평면의 《태극도》를 쓸어내어 월터 러셀이 펼쳐놓은 입방체 파동장(Cubic Wave Field) 속으로 녹여 넣은 직후의 애련당(愛蓮堂). 

무한한 정육면체(Cube)의 격자와 그 안에서 회전하는 구체(Sphere)들이 조화로운 빛을 뿜어내고, 윤홍식이 세 스승에게 작별의 예를 올리려던 찰나였다.

저편 허공에서 묵직하고도 삼엄한 학자의 기운이 물결치며, 한 노학자가 다급한 걸음으로 구름을 헤치고 나타난다. 

단정하게 쓴 유건(儒巾)과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도포 자락, 손에는 평생의 피땀으로 저술한 《태극도설해(太極圖說解)》 두루마리를 굳게 쥔 주희(朱熹, 주자)다.

정자 앞에 이른 주희는 허공에서 사라져 가는 《태극도》의 마지막 먹빛 잔영을 보고 걸음을 우뚝 멈춘다. 창백해진 얼굴로 정자 위의 주돈이와 정호를 우러러보던 그가, 먼저 바닥에 무릎을 꿇고 두 선현(先賢)에게 지극한 예를 올린다.

주희 

(깊이 머리를 조아렸다가 고개를 들며, 떨리는 목소리로)

후학 주원회(朱元晦, 주희의 자), 염계 노선생님과 명도 노선생님께 문안 올립니다. 

하오나 염계 노선생님... 방금 제 눈이 잘못 본 것이 아닙니까? 어찌하여 유학 만세의 종장(宗匠)이신 노선생님께서 친히 그리신 저 성스러운 《태극도》를 스스로 거두어 지우신단 말입니까!

 

주돈이 

(계단 아래 무릎을 꿇은 주희를 인자하고도 연민 어린 눈빛으로 내려다보며)

오, 원회(주희)가 왔구나. 이리 올라오너라. 내가 남긴 그 작은 그림 하나를 붙들고 평생토록 주석을 달며 노심초사하던네 수고를 내가 어찌 모르겠느냐. 어서 올라와 여기 귀한 손님들과 인사 나누거라.

(주희가 조심스럽게 정자 위로 올라와 월터 러셀과 윤홍식에게 정중히 읍(揖)한다. 그러나 그의 시선은 여전히 허공에서 빛나는 낯선 입체 기하학—Cube와 Sphere의 파동장—에 경계심 섞인 의문으로 머물러 있다.)

정호 

(부드러운 음성으로 주희를 바라보며) 

원회야, 너는 나와 내 아우(정이)가 스승님께 직접 배우고도 평생 단 한 번도 저 《태극도》를 강학(講學)하지 않고 침묵으로 덮어두었던 까닭을 헤아려 본 적이 있느냐?

 

주희 

(가슴 깊은 곳의 고뇌를 토해내듯, 공손하지만 결연한 어조로 답한다)

명도 노선생님, 소자가 어찌 그 사실을 몰랐겠습니까! 두 분 정자께서 《태극도》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으셨기에, 육자정(육구연)을 비롯한 적지 않은 학자들이 저 도상을 도가의 것이라 의심하거나 부차적인 것으로 여겼습니다. 하오나 소자는 기어이 저 《태극도》를 유학 본원론의 머릿돌로 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정호 

어찌하여 그리해야만 했느냐?


주희 

(절박한 우국충정이 담긴 목소리로) 

명도 노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천리와 본심의 혼연일체(渾然一體)’는 성인(聖人)의 경지에 이른 자에게나 가능한 말씀이기 때문입니다! 

노선생님께서 떠나신 뒤, 그 말씀을 이어받은 후학들이 어떻게 변질되었는지 보셨습니까? 

소자와 평생을 두고 맞섰던 강서(江西)의 육구연(陸九淵, 상산 선생) 같은 이는 아예 "마음이 곧 이치다(心卽理)", "우주가 곧 내 마음이요 내 마음이 곧 우주다"라고 외치며 경전 공부도, 단계적인 수양도 다 버리고 그저 본심만 세우면된다고 가르쳤습니다! 

하늘의 이치(理)와 인간의 거친 기운(氣) 사이에 엄연한 분별과 단계를 세워두지 않으면, 천하의 어리석은 범부(凡夫)들이 저마다 자신의 사사로운 욕망(人欲)과 들끓는 감정을 가리켜 ‘천리(天理)’라 우기며 예법을 무너뜨릴 것이 자명했습니다! 

그러니 소자가 어찌 염계 노선생님의 저 ‘음양(2)과 오행(5)’의 계단을 다시 세우지 않을 수 있었겠습니까!

(주희의 절절한 항변에 정자 위에는 무거운 침묵이 흐른다. 방종과 혼란을 막기 위해 평생을 바쳐 사상의 성벽을 쌓았던 대학자의 고뇌가 고스란히 전해졌기 때문이다.)

S#2. ‘인승마(人乘馬)’의 통제와 ‘기질(氣質)’의 차별 — 참칭된 5의 해부

그때, 주희의 말을 조용히 경청하던 월터 러셀이 한 걸음 다가서며 정중히 입을 연다.

월터 러셀 

(주희를 향해 깊이 고개를 숙여 경의를 표한 뒤) 

회암 선생님, 세상의 혼란을 염려하여 질서의 기둥을 세우려 하셨던 선생님의 지극한 책임감에 경의를 표합니다. 선생께서 일찍이 지상에 남겨두신 기록들을 이곳 천상에서 굽어보니, 선생께서는 보이지 않는 형이상(理·태극)과 보이는 형이하(氣·음양오행)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매우 인상적인 비유를 드셨더군요. "태극(理)이 음양오행(氣)을 타는 것은, 마치 사람이 말을 타고 출입하는 것(人乘馬)과 같다"라고 말입니다.

 

주희 

(눈빛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습니다, 서방의 학자시여! 

말(氣: 음양오행)이 있어야 사람(理: 태극)이 길을 갈 수 있으나, 만약 말 위에 탄 주인이 고삐를 단단히 쥐고 통제하지않으면 말은 제멋대로 날뛰며 수렁으로 빠지고 맙니다. 게다가 하늘의 이치(理)는 본래 하나이되, 그것이 음양(2)과 오행(5)의 기운(氣)으로 나뉘어 만물에 깃들 때는 그 오행의 맑고 탁함(淸濁)과 치우침에 따라 ‘기질지성(氣質之性)’의 차별이 생겨납니다. 

맑은 오행의 기운을 타고난 성현(聖賢)이 중심(5·황극)에 서서 예법의 고삐를 쥐고, 탁한 기질을 타고난 범부들을 격물치지(格物致知)의 계단으로 교화해야만 천하가 비로소 다스려지는 법입니다!

(주희의 확신에 찬 설명이 끝나자, 월터 러셀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허공에 떠 있는 '육면체-구체'의 파동장을가리킨다.)

월터 러셀 

회암 선생님, 선생께서 왜 염계 선생의 《태극도》 속 ‘이오(2와 5)’를 그토록 절실히 필요로 하셨는지 이제 완전히 이해했습니다. 선생께서는 세상을 구하기 위해 ‘말을 탄 주인(고삐를 쥔 통제자)’과 ‘기질의 계급 사다리’가 필요하셨던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목격한 창조주의 우주는, 결코 주인이 말의 등에 올라타 고삐를 쥐는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러셀이 손짓하자, 주희가 말한 ‘인승마(人乘馬)’의 구조를 형상화하듯 파동장의 중심 영점 자리에 무거운 질량(‘5’)이 올라타며 주변 파동들을 고삐처럼 얽어매는 모습이 투영된다.)

월터 러셀 

선생의 비유를 기하학으로 옮겨 보십시오. 보이지 않는 본체(理)가 움직이는 기운(氣)의 등에 올라타 고삐를 쥐고 통제한다는 것은, 시소의 한가운데에서 텅 비어 있어야 할 지렛목(Fulcrum·영점)이 스스로 무게를 가진 실체(‘5’)가 되어시소 위에 올라타겠다는 뜻입니다. 

중심에 ‘고삐를 쥔 주인(5: 성인·제왕·예법)’이 올라타는 순간, 그 자리에는 필연적으로 권력과 교리를 독점하려는 축장력(Hoarding Gravity)이 발생하고, 수평적으로 흐르던 우주의 순환력(Circulating Force)은 깨져버립니다. 그것이 바로 요순(堯舜) 이래 중심을 참칭해 온 ‘이오(二五)의 제왕지도’가 지닌 기하학적 모순입니다.

 

주희 

(흠칫 놀라며 일그러지는 파동장을 바라본다) 

중심에서 고삐를 쥐는 것이... 도리어 우주의 순환을 깨뜨리는 축장력을 낳는단 말씀입니까?

하오나 선생이시여, 설령 그것이 중심에 올라타는 일이라 한들, 한가운데서 천하의 표준을 세우는 ‘오(五)의 황극(皇極)’—즉 고삐를 쥔 주재자(主宰者)가 없이 어찌 형이상의 도(理)가 저 거친 형이하의 기(氣)를 다스린단 말입니까!

 

월터 러셀 

(뒤틀린 홀로그램을 걷어내고, 다시 티 없이 투명한 육면체와 그 안에서 찬란하게 회전하는 구체를 확대해 보여준다.)

이 육면체(Cube)와 구체(Sphere)를 보십시오, 회암 선생. 

보이지 않는 형이상의 본체(理)—즉 ‘부동의 자성광(Still Magnetic Light)’이 만드는 이 육면체(Cube)는, 결코 구체(Sphere·氣)의 등에 올라타 고삐를 쥐거나 채찍질을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육면체(Cube)는 자신의 중심과 여섯 벽면을 곡률이 ‘0’인 텅 빈 평면의 거울로 완전히 비워둡니다. 그 비워진벽면에 ‘움직이는 전기적 분극광(Moving Electric Light·氣)’이 부딪혀 반사될 때, 파동은 그 어떤 외부의 통제나 강제도없이 스스로 구형 정재파(Spherical Standing Waves)를 이루고 충돌하여 가장 완벽한 구슬인 Sphere(만물의 질서)를 맺는것입니다!

 

정호 

(깊은 감동으로 주희를 바라보며) 

원회야, 보아라! 천리(Cube)가 기운(Sphere)을 다스리는 법은 말 위에 올라타 고삐를 잡아채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를 텅빈 영점(0)으로 비워 만물이 제 스스로 반사되고 공명하여 둥근 질서를 맺게 하는 것—그것이 내가 말한 ‘혼연일체’요, ‘기꺼이 내어줌’을 통한 우주의 조화이니라!

 

월터 러셀 

더욱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회암 선생. 

선생께서는 기(氣)가 오행(5)을 거치면서 맑고 탁한 ‘기질(氣質)의 차별’이 생겨나기에, 어리석은 백성들은 스스로의 마음을 믿지 말고 성현이 정해준 예법의 사다리를 올라야 한다고 하셨지요?

 

주희 

(흔들리는 눈빛으로)

예... 눈앞의 뭇 중생들을 보면 기질이 탁하고 치우쳐 사욕에 눈먼 이들이 태반이니, 어찌 기질의 차별이 없다 하겠습니까?

 

월터 러셀 

(육면체 안에서 회전하는 수천수만 개의 크고 작은 구체들의 중심을 일제히 빛으로 관통시켜 보여준다.)

파동 역학의 눈으로 보면, 선생이 ‘탁한 기질’이라 부른 것은 오행(5)이라는 태생적 불평등 때문이 아닙니다. 그것은 단지 파동이 중심축에서 잠시 빗겨나 위상이 어긋난 상태, 즉 에고의 두려움과 탐욕이 만들어낸 일시적인 전자기적 마찰에 불과합니다! 

보십시오! 저 거대한 항성(성인)의 구체(Sphere)이든, 가장 작은 먼지 입자(범부)의 구체(Sphere)이든, 그 모든 구체들의정중앙에는 단 1%의 차별도 없는 동일한 ‘부동의 자성광(영점·본심)’이 온전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누구도 태생적으로 탁한 오행의 감옥에 갇혀 있지 않습니다. 그저 고삐를 쥐려는 에고의 저항을 ‘0’으로 내려놓고 중심을 비우는 그 즉시, 누구라도 그 자리에서 우주 전체와 완전한 위상으로 공명할 수 있는 것입니다!

 

윤홍식

(깊이 공감하며 주희를 향해 정중히 덧붙인다)

회암 선생님, 오늘날 지상의 평범한 제 이웃들이 왜 그토록 우울하고 주눅 들어 사는지 아십니까?

선생님께서 세우신 그 ‘기질의 사다리’가 오늘날에는 학벌과 재산, 스펙과 자격증이라는 새로운 ‘오행의 계급장’으로 둔갑했기 때문입니다! 

세상 권력자들은 평범한 이웃들에게 “너희는 배움이 짧고 기질이 부족하니 네 안의 양심을 믿지 마라. 중심(‘5’)에 앉은 전문가와 권력자가 쥔 고삐를 따라와야만 안전하다”며 끊임없이 열등감을 심어주었습니다. 하지만 말을 탈 때도 겁을 먹고 고삐를 억지로 꺾어 쥐면 말과 사람이 함께 고꾸라지고, 굴러가는 두 바퀴도 억지로 축을 틀어쥐면 그 자리에서 넘어지듯, 고삐를 쥐려는 그 불안한 통제가 오히려 삶을 무너뜨리고 있었습니다. 

힘을 빼고 중심을 텅 비우면 바퀴가 저절로 균형을 잡듯, 배운 자나 못 배운 자나 내 가슴의 영점을 비우기만 하면 누구나 즉시 천리와 직통할 수 있는 것을요!

S#3. 아호지회(鵝湖之會)의 해원 — ‘성즉리(Cube)’와 ‘심즉리(Zero Point)’가 하나로 만나다

러셀의 명징한 설명 앞에 주희는 마치 벼락을 맞은 듯 그 자리에 얼어붙는다. 평생을 바쳐 쌓아 올렸던 ‘기질지성’과 ‘인승마’의 논리가,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우주 기하학의 평등한 빛 앞에서 소리 없이 허물어지고 있었다.

그때, 곁에서 조용히 지켜보던 윤홍식이 정중히 두 손을 모으고 주희 앞으로 한 걸음 나선다.

윤홍식 

(정중히 두 손을 모으고 주희 앞으로 한 걸음 더 나선다)

그리고 회암 선생님, 선생님께서 마흔여섯 되시던 해 아호사(鵝湖寺)에서 당대의 맞수였던 상산 육구연 선생과 치열하게 맞붙으셨던 ‘아호지회(鵝湖之會)’의 논쟁을 기억하십니까?

그날 이후 유학은 선생님의 ‘성즉리(性卽理: 본성이 곧 이치다)’와 육구연 선생의 ‘심즉리(心卽理: 마음이 곧 이치다)’로 갈라져 수백 년간 끝없는 사상적 분열을 겪어야 했습니다.

 

주희 

(깊은 한숨을 내쉬며 아련한 눈빛으로) 

그래... 자정(子靜, 육구연의 자)과의 그날 밤 논변을 어찌 잊겠는가. 자정은 내 학문을 두고 "가지는 무성한데 근본(본심)이 빠진 지리멸렬한 공부"라 비판했고, 나는 자정의 학문을 두고 "근본만 외치다 객관적 법도를 잃어버린 너무나 허술하고 위험한 선학(禪學)"이라 꾸짖었지.

 

윤홍식 

(러셀이 띄워놓은 육면제와 구체의 파동 기하학을 가리키며, 맑고도 확신에 찬 어조로)

하오나 선생님, 지금 러셀 선생께서 펼쳐 보이신 이 ‘삼일(三一)의 우주 기하학’을 보십시오! 

육구연 선생께서 명도 선생의 ‘혼연일체’를 이어받아 “마음이 곧 이치다(心卽理)”라고 외치셨을 때, 육구연 선생이 바라본 것은 바로 저 구(Sphere) 한복판에 자리한 ‘텅 빈 영점(Zero Point)’—즉 ‘부동의 자성광(Still Magnetic Light)’이자 ‘공적영지(Mind Knowing)’인 ‘한마음(One Mind)’이었습니다!

다만 육구연 선생께서는 그 텅 빈 영점에서 뻗어 나온 빛이 어떤 기하학적 법칙을 통해 현상계의 만물(Sphere)을 빚어내는지, 그 파동 역학의 구체적 구조를 설명할 과학적 언어가 없으셨습니다.

 

월터 러셀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윤홍식의 말을 잇는다)

그렇습니다. 그래서 회암 선생께서는 사람들이 영점의 순수한 ‘알아차림(Mind Knowing·무분별지·한마음)’과 파동치는 에고의 ‘사량 분별(Mind Thinking·분별식·인욕)’을 구별하지 못한 채 제멋대로 날뛸까 봐 두려우셨던 것입니다. 

회암 선생께서 “성즉리(性卽理)”를 외치며 세우려 하셨던 객관적 법칙과 하늘의 표준—그것은 기하학적으로 보면 파동을 반사하고 조율하는 저 ‘보이지 않는 정육면체(Cube)의 평평한 벽면’이었습니다!

 

주희 

(호흡이 가빠지며 투명한 정육면체의 여섯 벽면을 응시한다)

내가 세우려 했던 천리(天理)의 법도가… 저 방정하고 흔들림 없는 정육면체의 벽면이었단 말씀입니까! 

 

월터 러셀

바로 그렇습니다, 회암 선생님!

육구연 선생은 중심의 ‘영점(Zero Point·심즉리)’을 보았고, 회암 선생은 그 영점이 우주 공간에 펼친 절대 균형의 경계면인 ‘육면체의 벽면(성즉리)’을 보셨던 것입니다! 

그런데 보십시오. 육면체의 중심점이 곧 영점이요, 영점이 사방으로 펼쳐진 균형면이 곧 육면체의 벽면이니, ‘심즉리(영점)’와 ‘성즉리(육면체의 벽면)’가 어찌 둘일 수 있겠습니까? 그 둘은 처음부터 완벽한 하나의 ‘부동의 자성광’이었습니다!

 

윤홍식 

(가슴 벅찬 목소리로 덧붙인다)

다만 회암 선생님께서는 당시 저 투명한 3차원의 육면체-구체 파동 역학을 손에 쥐지 못하셨기에, 그 객관적 표준을 세우시려다 안타깝게도 고대 요순이 남겨놓은 ‘이오(2와 5)’의 낡은 도식을 가져다 쓰신 것입니다!

게다가 인간이 자신의 생각이 천리(영점)에 부합하는지 어긋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외부의 ‘5(제왕·사대부·예법)’에게 일일이 허락을 맡을 필요가 없습니다. 내 파동이 저 육면체의 영점과 온전히 공명할 때는 저항이 ‘0’이 되어 가슴이 탁 트이는 ‘자명(自明)함’이 일어나고, 사사로운 욕심으로 위상이 어긋날 때는 전자기적 마찰열로 인해 가슴이 서늘하게 ‘찜찜함’을 느끼게 됩니다! 

우주는 이미 모든 인간의 심장 한가운데에 가장 정밀하고 객관적인 물리학적 나침반(양심)을 심어주었던 것입니다!

S#4. 염계(주돈이)의 위로와 회암(주희)의 내려놓음 — 고삐를 놓으니 우주가 춤추다

정자 위에는 숨소리마저 멎은 듯한 깊은 정적이 감돈다. 주희의 손에 들려 있던 《태극도설해》 두루마리가 가늘게 떨린다. 700년 동안 동아시아의 지성사를 지배하며 때로는 수많은 학자들을 ‘사문난적(斯文亂賊)’으로 몰고, 끝없는 예송(禮訟)의 피바람을 불러왔던 그 거대한 성리학적 성채가, 실은 ‘Cube의 투명한 공명 벽면을 찾지 못해 이오(二五)의 검문소를 세운 비극’이었음이 백일하에 드러난 것이다.

그때, 주돈이가 천천히 걸어 다가와 고개를 떨구고 선 주희의 두 손을 따뜻하게 감싸 쥔다.

주돈이 

(한없이 자애롭고도 깊은 울림이 담긴 목소리로)

원회야... 내 사랑하는 후학 주원회야. 네 잘못이 아니다. 애초에 도가와 불가의 드높은 기세 앞에서 초조해하며, 천 년전 요순의 낡은 유산인 ‘이오(二五)’의 찌꺼기를 빌려 《태극도》를 그려 남긴 이 늙은 스승의 불찰이니라. 너는 그저내가 남긴 그 불완전한 도상을 성인의 유훈이라 굳게 믿고, 어떻게든 무너져 가는 세상의 기강을 바로잡아 보려고 평생을 바쳐 그 무거운 수레를 끌었을 뿐이지 않느냐.

 

주희 

(마침내 참았던 눈물이 굵은 줄기가 되어 수염을 타고 흘러내린다) 

염계 노선생님...! 

소자는... 소자는 단지 천하의 인심이 사욕에 휩쓸려 금수(禽獸)의 길로 떨어질까 두려웠을 뿐입니다. 그래서 이치(理)가 기운(氣)의 고삐를 쥐어야 한다 믿었고, 오행의 계단을 밟아 기질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천하의 표준인 ‘황극(皇極)’을 중심에 높이 세웠습니다.

하오나 소자가 세운 그 표준이 실은 텅 비워두어야 할 영점의 자리를 가로막은 무거운 짐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제 사후 수백 년 동안 지상의 후학들은 그 ‘이오(二五)’의 사다리 위에서 서로에게 ‘예법’의 칼날을 겨누며 숨통을 조였고, 뭇 백성들은 기질이 탁하다는 낙인 아래 군주와 사대부에게 일방적으로 복종해야 하는 무거운 굴레를 져야 했습니다... 이 허물을 어찌 다 씻을 수 있겠습니까!

 

정호 

(다가와 주희의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원회야, 지난날의 무거운 짐은 이제 이 영점의 빛 속에 다 내려놓아라. 네가 지키려 했던 천리의 엄정함(Cube)과, 나와육자정이 노래했던 본심의 자발성(Zero Point)이 오늘 러셀 선생의 저 ‘삼일(三一)의 파동 기하학’ 안에서 한 몸으로 만났으니, 이로써 송나라와 명나라, 그리고 동방의 조선을 가로질렀던 수백 년 유학의 분열이 마침내 하나로 해원(解冤)되지 않았느냐!

 

주돈이 

(맑은 미소로 주희의 손에 들린 두루마리를 가리키며)

자, 원회야. 이제 그만 말의 등에서 내려와, 네가 평생 쥐고 있던 그 무거운 고삐를 기꺼이 내어주어라(Willing Relinquishment). 중심을 비워도 우주는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

주희가 눈물 어린 눈으로 주돈이와 정호, 그리고 월터 러셀과 윤홍식을 차례로 바라본다. 이윽고 그의 얼굴에 평생 그를 짓눌러 왔던 엄숙주의의 긴장이 눈 녹듯 풀리며, 어린아이처럼 맑고 평안한 미소가 번진다.

주희 

(깊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손에 쥐고 있던 《태극도설해》 두루마리를 허공을 향해 조용히 놓아준다) 

아... 고삐를 놓으니, 말과 사람이 본래 둘이 아니었군요! 이치(Cube)는 기운(Sphere)을 억누르는 주인이 아니라, 기운이스스로 아름다운 율려로 피어나도록 비추어 주는 텅 빈 거울이었습니다!

(주희의 손에서 떠난 두루마리가 찬란한 황금빛 입자로 흩어지며, Cubic Wave Field의 투명한 격자 속으로 흡수된다. 그 순간, 허공의 모든 육면체(Cube) 벽면에서 구형 정재파(Spherical Standing Waves)들이 한층 더 맑고 웅장한 파문을 일으키며, 그 중심에서 영롱한 구체(Sphere)들이 한 치의 마찰도 없는 율동적 균형 교호작용(Rhythmical Balanced Interchange)의 대합창을 터뜨린다!)

월터 러셀 

(감격 어린 표정으로 파동장을 바라보며) 

보십시오! ‘성즉리’의 투명한 육면체 벽면과 ‘심즉리’의 고요한 중심 영점이 양극의 파동을 품어 안아, 가장 완전한 ‘삼일(三一)’의 우주 교향곡을 완성했습니다!

통제의 고삐가 사라진 자리에, 온 우주가 스스로의 리듬으로 공명하는 천웅지도(天雄之道)가 활짝 열렸습니다!

 

윤홍식 

(네 스승의 화해를 가슴 깊이 새기며, 맑은 음성으로 고한다)

주돈이, 정호, 주희 세 분 유학의 큰 스승님과 월터 러셀 선생님께서 오늘 이 천상의 영점에서 이뤄내신 위대한 통합을,제가 지상으로 내려가 한 글자도 빠짐없이 전하겠습니다. 더 이상 누구도 ‘이오(二五)’의 사다리 위에서 기질을 차별하거나 중심을 참칭하지 못하는 세상, 만인이 저마다의 텅 빈 중심에서 ‘삼일(三一)’의 파동으로 자유롭게 공명하는 새 아침을 열겠습니다!

(주돈이, 정호, 주희, 그리고 월터 러셀 네 현자가 나란히 서서 지상으로 내려가는 윤홍식을 향해 환한 미소로 손을 흔든다. 천 년의 사상적 분열과 ‘이오’의 굴레를 완전히 녹여낸 ‘육면체와 구체’의 빛이, 깨어나는 지상의 새벽하늘 위로 찬란하게 쏟아져 내린다.)

[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