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핵을 머리에 이고 살 수는 없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2.
이제, 냉정하게 질문을 다시 던져야 할 시점입니다. 북한이 머리에 이고 있는 핵은 북한이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평화협정 체결과 관계 정상화의 걸림돌인가? 북한이 머리에 이고 있는 핵은 한반도 및 세계 평화와 동북아 지역 질서의 안전을 해치는 것인가?
4.
이달 5월에는 '한미 정상회담'과 '북한 특사의 방중'이라는 굵직한 외교 행보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서로 다른 두 지역에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상징적인 '상황'들이 각각 포착됩니다. 즉,
전 통일부장관 정세현 원광대 총장은 방미 기간 중에 발표된 '한미동맹 60주년 공동 선언문'의 내용을 놓고, '북핵'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비핵화'가 아닌 '비확산'으로 정리가 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5.
현 한반도 정세를 형성하는 관련국들의 입장을 다시 한 번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유일한 해결책은, 한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여 한반도에 숨통을 틔우고 중국을 압박하는 것입니다. 설령, 중국이 반대를 한다 하더라도, 한국의 협조하에 북한이 미국과 관계 정상화를 이루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는데 있어 중국이 뿌릴 수 있는 고추가루는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합니다. 아마 중국 입장에서 가장 우려하는 카드는 한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선방'을 날리는 것일 것입니다.
또한, 동아시아 '긴장 포인트'를 한반도에서 쿠릴열도 (러-일), 남사군도 (중-베-필-말-대), 센카쿠 열도 (일-중-대) 등의 '돌섬'들로 옮겨가게 해서 남과 북이 불필요한 군비 지출을 하는 일 없이 교류와 협력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때, 북한이 머리에 이고 있는 핵은 미-중 강대국의 패권 다툼 틈바구니에서 남과 북의 공동 자위와 자결을 위한 한반도 핵방패가 되도록 해야 합니다!
6.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라는 용어 사용으로 이전 이명박 정부의 '선 비핵화' 정책과 차별을 예고 했던 박근혜 정부는, 안타깝게도 말만 바뀌었을 뿐이라는 실망스러운 결론을 내리게 합니다.
아무리 '마이웨이'라고 하지만, 특사는 중국이 아닌 한국으로 보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답답함과 아쉬움이 떠나질 않습니다.
자존심이 생존보다 우선하나? 우린 샴쌍둥이야, 이 바보들아!
"핵을 머리에 이고 살 수는 없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그러나, 이미 머리 위에 핵을 이고 있고, 또 그럴 수밖에 없는 상대를 향해 해야 할 말인지는 좀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중국 칭화대 초빙교수이자 <The 4th Media>의 편집장이신 정기열씨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중국이 1960년대 중반에 처했던 상황에 대해 언급하고 있습니다.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당시 '핵문제'를 놓고 중국은 미국, 영국 등의 서방 세계와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었습니다. 소련까지 등을 돌렸던 상황에서, 심지어 미국의 핵 폭격 위협까지 있었던 위기 상황에서 중국은 핵무기 개발을 강행하였고, 결국은 독자적인 '핵보유국'의 지위에 오르게 됩니다. 이를 통해 중국은 이전까지 서방에 의해 일방적으로 무시되어 왔던 '관계 정상화'를 추진할 수 있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향후 개혁 개방 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던 밑거름을 다질 수 있었습니다.
비록 그 의도와 실체에 대해 단정지을 수 있는 처지에 있지는 못하지만, 북한이 머리에 이고 있는 핵도 우리가 우려하는 '재앙의 씨앗'이 아니라, 중국의 '핵'이 그러했던 것처럼, 모두가 염원하는 '긍정적인 결과를 추동해 낼 수 있는 씨앗'으로 바라볼 수는 없는 것인지? 그리고 그에 어울리는 묘수를 고안하는 쪽으로 발상의 전환을 꾀할 수는 없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2.
'북핵'과 그로 인한 '한반도 위기'를 바라보고 이해하는 지배적인 '인식의 틀'은 '(북한의) 도발 - 재제 - 타협 - 보상' 입니다. 그 대표적인 예는 다음과 같습니다.
"그동안은 북한이 도발로 위기를 조성하면, 일정기간 재제를 하다가 적당히 타협해서 보상을 해주는 잘못된 관행이 반복되어 왔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북한의 핵개발 능력은 더욱 고도화되고, 불확실성이 계속되어 왔습니다. 이제 그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 2013년 5월 8일 미의회 상하원 합동연설문 중)
그러나, 그간 있었던 일련의 사건들을 차분하게 되짚어 보면 (아래 연표 참조), 위의 인식틀과는 상이한 해석도 가능함을 알 수 있습니다. 즉, 한반도 위기 조성의 실질적 주체(와 원인 제공자)로 북한만을 지목하기에는 이를 뒷받침 해줄 수 있는 사실관계가 충분치 못하며, 오히려 그에 반하는 '사실관계'들이 발견된다는 것입니다.
- 그 첫번째는, 2002년 10월 미 국무부 차관보 제임스 켈리의 방북을 전후로 쟁점화된 '고농축 우라늄(HEU)' 문제입니다. 이 문제로 인해 1994년에 맺어졌던 역사적인 '북미간의 제네바 합의'는 결국 파탄을 맞게됩니다. 미국은 중유 지원 및 경수로 건설을 중단하였고, 이에 대해 북한은 IAEA 사찰단 추방, 핵활동 재개 및 NPT 탈퇴라는 '도발'로 대응을 합니다.
- 두번째는, 2005년 9월 20일, 제5차 6자 회담의 성과물인 '9.19 공동 성명' 발표 다음날에 미국 재무부가 마카오에 있는 BDA 은행의 북한 계좌를 동결시킨 사건입니다. 이로 인해 '9.19 공동성명'은 하루만에 휴지조각이 되버렸고, 북한은 이듬해인 2006년에 대포동 2호 미사일 발사 (7월 5일)와 1차 핵실험 (10월 9일) 이라는 '도발'을 하게됩니다. '9.19 공동성명'은 고농축 우라늄 문제로 붉어진 소위 '제2차 핵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2003년 8월 중국의 중재로 마련된 6자 회담이 2년 간의 진통 끝에 어렵게 도달한 합의였습니다.
- 세번째는,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재개된 6자 회담의 결과물인 '2.13 합의'가 또 다시 파국을 맞게된 경위입니다. 2007년 2월 13일에 성사된 '2.13 합의'로 '9.19 공동 성명'의 이행을 재추진하게 되면서 사태는 순풍을 타는 듯 했으나, 미국이 핵불능화 검증의 범위를 애초 합의된 사안을 넘어 확대하려고 시도하면서 2008년 말에 다시 교착상태로 접어들게 됩니다.
- 네번째는, 2009년 1월 오바마 행정부 1기가 출범하면서 당시 국무부 장관이었던 힐러리 클린턴이 '9.19 공동 성명' 이행과 평화협정을 우선적으로 논의하겠다며 전향적으로 나왔으나 (소위 '힐러리 프로세스'), 이번에는 한국의 이명박 정부가 '비핵개방 3000 정책'을 들고 반대를 하게됩니다. 이에 북한은 2009년 4월에 위성을 발사하고, 다음 달 5월에 제2차 핵실험으로 '도발'을 하게됩니다. 미국은 '힐러리 프로세스'를 이후 몇차례 더 시도했지만 이명박 정부의 반대를 핑계로 소위 '전략적 인내' 모드로 들어갑니다.
- 다섯번째는, 2012년 12월에 있었던 북한의 '광명성 3호 위성' 발사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으로 호도하여 UN 안보리 상임위 지위를 이용한 미국, 중국, 러시아 등이 UN 대북재제를 결의한 사건입니다. 주지 하듯, 북한은 2013년 2월에 제3차 핵실험을 강행하였습니다.
3.
한반도 위기의 패턴을 어떤 식으로 이해를 하든, 원인 제공자로 누구를 지목하든,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북한에 대한 선제 공격으로 한반도와 그 주변 지역을 쑥대밭으로 만들 생각이 아니라면, '북미간의 제네바합의'와 6자 회담의 결과물인 '9.19 공동성명'에 반영된 북한의 '요구'-- 평화협정 체결, 북미간/북일간 관계 정상화, 경제재제 해제 및 협력 등 -- 를 들어줌으로써 '도발'의 싹을 원천적으로 제거해버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북한이 이전까지 받아들였던 '한반도 비핵화 - 북핵 불능화'라는 전제 조건이 6자 회담의 답보와 '전략적 인내'라는 방치 기간 동안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 버리고 말았다는 사실입니다. 북한은 2012년 4월에 개정된 헌법 서문에 '핵보유국'이라는 표현을 담았고, 2013년 3월에는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개최해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이라는 새로운 노선을 채택함으로써, 자신들의 자위와 자결을 위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입장을 밝힌 것입니다.
따라서, 이제 '비핵화' 문제는 아이러니하게도 한반도에 위기를 조장하는 또 하나의 변수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습니다. 만약, 주변 국가들이 '비핵화'를 협상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울 경우, 한반도 위기의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합니다.
이제, 냉정하게 질문을 다시 던져야 할 시점입니다. 북한이 머리에 이고 있는 핵은 북한이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평화협정 체결과 관계 정상화의 걸림돌인가? 북한이 머리에 이고 있는 핵은 한반도 및 세계 평화와 동북아 지역 질서의 안전을 해치는 것인가?
4.
이달 5월에는 '한미 정상회담'과 '북한 특사의 방중'이라는 굵직한 외교 행보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서로 다른 두 지역에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상징적인 '상황'들이 각각 포착됩니다. 즉,
- 미국의 국무부 장관 죤 케리, 한미 정상회담 기간 동안 러시아 출장으로 부재.
- 중국의 시진핑 주석, 북한 특사 방중 기간에 스촨성 현지 시찰을 이유로 자리를 비웠고, 출발 당일에서야 면담 성사
- '페트로달러' 체제를 위협하는 '시리아 - 이란 - 이라크 - 러시아'
- 재무성 채권 최대 보유국인 중국
전 통일부장관 정세현 원광대 총장은 방미 기간 중에 발표된 '한미동맹 60주년 공동 선언문'의 내용을 놓고, '북핵'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비핵화'가 아닌 '비확산'으로 정리가 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공동선언문 중 "북한의 도발로부터 양국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공동의 대응 노력과 함께 정보-감시-정찰 체계 연동을 포함한 포괄적이고 상호 운용 가능한 연합방위력을 지속강화해나갈 것이다"라는 부분은 사실상 MD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이 내용을 볼 때 미국은 이미 북핵을 원천적으로 없애버리는 비핵화 수준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생각은 접은 것으로 보입니다. 핵의 외부 유출만 막는 비확산을 미국의 정책 목표로 정했기 때문에 MD얘기를 숨겨 놓은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한테는 죽고 사는 문제인 북핵문제 해결에 대해 미국은 막상 늑장을 부리고 중국에게 해결을 맡기면서 자신들은 시리아 문제에 올인 하고 있는 것도 그런 흐름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거나 미국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했다는 것인데, 아마 후자일 거라고 봅니다. (프레시안 정세현의 정세토크)한편, 출국 당일날에서야 어렵사리 중국의 시진핑 주석을 만난 북한의 최룡해 총정치국장은 한반도 비핵화 원칙 고수와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중국의 분명한 입장과 불편한 심기를 확인하고 북한으로 돌아갔습니다.
5.
현 한반도 정세를 형성하는 관련국들의 입장을 다시 한 번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 '비확산'을 정책 목표로 정해 놓고 한 발을 빼려는 미국.
- 6자 회담의 주도권을 잃지 않고 한반도를 비핵화로 묶어 놓으려는 중국.
- 발칸, 아프간, 이라크, 리비아 등의 교훈을 잊을 리 없는 '마이웨이'의 북한.
-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추진하겠다는 한국.
유일한 해결책은, 한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여 한반도에 숨통을 틔우고 중국을 압박하는 것입니다. 설령, 중국이 반대를 한다 하더라도, 한국의 협조하에 북한이 미국과 관계 정상화를 이루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는데 있어 중국이 뿌릴 수 있는 고추가루는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합니다. 아마 중국 입장에서 가장 우려하는 카드는 한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선방'을 날리는 것일 것입니다.
또한, 동아시아 '긴장 포인트'를 한반도에서 쿠릴열도 (러-일), 남사군도 (중-베-필-말-대), 센카쿠 열도 (일-중-대) 등의 '돌섬'들로 옮겨가게 해서 남과 북이 불필요한 군비 지출을 하는 일 없이 교류와 협력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때, 북한이 머리에 이고 있는 핵은 미-중 강대국의 패권 다툼 틈바구니에서 남과 북의 공동 자위와 자결을 위한 한반도 핵방패가 되도록 해야 합니다!
6.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라는 용어 사용으로 이전 이명박 정부의 '선 비핵화' 정책과 차별을 예고 했던 박근혜 정부는, 안타깝게도 말만 바뀌었을 뿐이라는 실망스러운 결론을 내리게 합니다.
아무리 '마이웨이'라고 하지만, 특사는 중국이 아닌 한국으로 보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답답함과 아쉬움이 떠나질 않습니다.
자존심이 생존보다 우선하나? 우린 샴쌍둥이야, 이 바보들아!